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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사항을 꼭 읽어주세요)



번역해준 'ㅇㅇ'에게 감사하며 읽읍시다.




Lionheart



 왜 모차르트를 싫어하는지 그 멍청이에게 물어 본 적이 있었다.


 별로 그렇게까지 궁금했던 건 아니지만.


 그 녀석은 의외로 독설가에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지만, 진심으로 다른 사람을 나쁘게 비하한 적은 없었으니까. 나처럼 까칠하고 성격이 나쁜 사람에게도 "사랑해", "너 정말 최고야" "멋져!" 라고 싸구려 같은 대사로 긍정해 주면서.


 진심으로 싫어하는, 아니 미워하고 증오하는 상대에게만 오로지.... 싫어해, 라는 말을 쓰니까. 어떤 바보에게도 멍청이에게도, 심각한 악인에게조차, 어떤 부분이든지 간에 반짝이는 점을 찾아내고야 마는 녀석이니까.


그게, 그 멍청이의 답이 없고 불행한 점이기도 했지만.


"왜, 냐고 물어봐도 말이지~.....?"


 방과 후의 유메노사키 학원.


 우리가 멋대로 연습 장소로 선택한, 책상이나 의자를 구석에 밀어 놓은 빈 교실.


"음~, 싫은 건 싫은 거야."


 전혀 논리적이지 못한 말을 내뱉으며, 바로 그 멍청이- 츠키나가 레오는 입술을 삐죽였다. 그 동작 때문에 더더욱, 그는 여전히 어린아이같아 보였다.


 간혹 그를 처음 본 사람은, 흘깃 보면 여자라고 착각할지도 모른다. 이 녀석은 전체적으로 자그맣다고 해야 할까,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다. 키가 작고 가녀린, 그러나 절대 약해 보이지는 않는 게 신기할 정도지만. 뭐 작은 동물이긴 해도 육식 동물이긴 하니까.


 창문에서 쏟아지는 석양에 물든 노을빛의 머리카락. 적당히 묶은 그 머리를 손가락으로 흐트러뜨리며, 어째서인지 이 멍청이는 바닥에서 뒹굴뒹굴 굴러다니고 있었다.


 아직 아무에게도 발견되지 않은 신종 짐승, 그 꼬리 같은 머리카락의 꽁지가 불쑥불쑥하고 눈에 거슬리게 튀어다니고 있다. 마치 자기 집에 있는 것마냥 이 녀석은 아무 데서나 이런 식으로 편하게 누워서 뒹굴거린다. 어떤 곳이든 어쩐지 불편하게 느끼는 나와는 그야말로 정반대이다.


 멍청이는 우리 'Knights' 의 전용 의상을 갈아입기 위해 벗으려다 만 상태였고, 말하는 걸 보니 이 멍청이 특유의 영감인지 뭐지가 내려왔다는 것 같았고.... 어중간하게 벗은 채, 메모장에 펜을 놀리고 있었다.


 빈 교실은 그닥 자주 청소하지 않기 때문에, 먼지가 묻을 텐데- 전혀 신경쓰지 않고 뒹굴뒹굴뒹굴뒹굴...... 짜증이 나서 발로 밟아 그 동작을 멈추게 했다.


 나는 이 녀석을 그럭저럭 존중해 주고는 있지만, 이런 점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유아기 그대로 고등학생이 돼 버린 녀석이다, 정말 부모 얼굴을 한 번 보고 싶다니까. 'Knights' 의 전용 의상, 순백을 모티브로 하고 있으니까 얼룩지면 크게 티가 나는데.


"모차르트는 있지-."


 나에게 발로 밟힌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신경쓰지 않는 모습으로, 멍청이는 불쾌하다는 듯 으르렁거렸다.


"기본적으로 돈을 위해 작곡했다고 그랬어. 그러니까 싫어, 응- 아마."


"통설일 뿐이잖아. 적이나 라이벌이 낸 소문 같은 거 아냐? 애초에, 그 시대의 음악가들은 다 먹고 살기도 힘들었다고 했어... 그런 의미에선, 모두 다 돈을 위해 작곡한 거잖아. 지금처럼, 너처럼 취미로 작곡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고."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떠올리며 그렇게 대답하며,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왜 난 잘 알지도 못하는 먼 옛날의 작곡가를 위해 변명해 주고 있는 걸까.... 어이가 없었다.


"뭐, 나랑은 어찌되든 상관없는 일이지만?"


"새나,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말은 이제 금지."


 내 이름을 이상한 억양으로 입에 담으며, 멍청이가 어쩐지 쓸쓸한 기색으로 위에 있는 날 노려보았다.


"어찌되든 상관없는 건 없어, 무슨 일이든."


"뭐~? 그건 네 가치관이잖아, 나한테 강요하지 말아 줄래?"


"아니, 부정적인 말은 자기 자신을 후퇴시켜. 더러운 단어는 자기 자신도 더럽혀 버려, 언령의 힘을 무시하지 마. 내 말 잘 듣도록 해, '임금님' 의 명령은 절대적이니까~♪"


 농담을 던지듯 그렇게 말하며, 멍청이는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짓더니 버둥버둥 몸부림쳤다.


"크아앗, 누가 '임금님' 인데....!?"


"네 입으로 말한 주제에. 그것보다 말이 새고 있잖아, 네 나쁜 버릇이라고.... 물질만능주의가 뭐가 어때서, 비지니스로 작곡하는 게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 오히려 사랑을 위해서라든가 세계를 위해서라든가 신을 위해서라든가 하고 지껄이는 위선자들보다는 훨씬 더 좋아하는데, 나는?"


"그건 세나의 가치관이야, 나한테 강요하지 말아 줄래? 어떠냐~....♪"


 내 말투를 흉내내며, 적장의 목을 베고 공이라도 세운 것처럼 그는 킬킬 웃었다. 이런 점이 정말 어린애라니까.... 일단 열받았기에, 머리를 밟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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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건 뭔가 아니야. 빗나갔어,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런 게 아니야. 어렵다- 아아 정말, 언어는 자유롭지 못해! 바벨탑은 무너져 버렸어....! 역시 언어로는 아무 것도 설명하지 못해, 이런 건 쓰레기야! 음악만 있으면 돼!"


 역시나 내 난폭한 취급은 전혀 신경쓰지 않은 채, 멍청이는 어울리지도 않게 얼굴을 찌푸렸다.


 애초에- 너, 말의 힘을 믿는지 안 믿는 건지, 둘 중에 하나로 좀 골라 줄래?


 제대로 생각을 하고서 말을 하라니까.... 일일히 흘려듣지 못하고 저 녀석의 말을 귀담아듣는 내가 바보처럼 느껴지니까.


"그거 알아, 세나? 기본적으로 돈을 위해 작곡한 모차르트가, 거의 유일하게 손익을 따지지 않고 만든 곡이 있어. 그게 역사에 남은 명곡 '하나의 작은 소야곡(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지."


"아아, 그거도 수업 때 배웠어. 너도 좀 가끔은 출석하지 않으면 유급한다고?"


"수업은 좋아할 수가 없어.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건 절대로 사양할래, 원숭이한테 산수를 배우는 인류가 어딨어? 어딘가엔 있을지도! 나도 잘 모르지만, 어쨌든 학교 수업은 세뇌 같아서 '소름이 좍' 끼쳐! 틀에 박아 넣으려고 해, 우주는 이렇게나 넓은데!"


"또 얘기가 새고 있어. 뭐야, 돈을 위해 작곡해 왔으면서.... 갑자기 사고방식을 바꾼 게 맘에 들지 않는 거야, 넌? 철저한 사람이 아니고, 순수하지 못하니까?"


"나도 몰라! 어쨌든, 맘에 안 들어! 모차르트가 어떤 녀석인지는 잘 모르고, 실제로 만나서 얘기해 보면 정말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돈 같은 걸 위해 작곡한 게 아니라도 명곡을 지을 수 있는 모차르트에게, 물질만능주의의 딱지를 붙이는 세계와 운명이 저주스러워! 아아, 내가 맘에 안 드는 건 이것 때문인가?!"


"나한테 묻지 말아 줄래? 너랑 얘기하고 있으면 더 혼란스러워지기만 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고. 됐으니까, 이 얘기는 이제 그만 하자고?"


 허탈감을 느끼며, 멍청이와의 대화를 종료시키고 나는 교실 출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 지금부터 일이 들어와 있으니까... 이만 갈게. 너도 계속 앉아 있지만 말고 집에 좀 가? 가족들이 걱정하잖아?"


"응~..... 가족들을 위해서라면, 나 같은 건, 없어지는 게 낫겠지만."


 그답지 않게 무언가 숨기는 듯한 말을 읊으며, 멍청이는 솜씨 좋게 바닥 위를 회전해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내 쪽으로 무언가를 던졌다.


 반사적으로 받아 냈다. 마치 빨려들어오는 것처럼, 그것은 내 손 안으로 들어왔다. 언뜻 보니 아마 음원이 들어 있는, 시대를 잘못 찾아온 것 같은 카세트 테이프였다.


"이게 뭐야?"


"신곡. 제목은~ 음.... '하나의 작은 세나 이즈미'!♪"


"뭐야, '하나의 작은 소야곡(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의 표절이잖아. 너 정말 언어 센스는 최악이라니까.... 뭔데 이거, 곡 같은 거 받아도 어떻게 하지도 못하는데. 어쩌라는 거야, 다음 라이브에서 쓸 테니까 연습해 둬~ 라는 거?"


"너 좋을 대로 해! 만들고 싶었으니까 만든 것 뿐이야, 와하하☆"


"음~. 뭐 일단은 받겠지만. .....그럼 간다, 바이바이?"


"세나. 난 말야, 모차르트가 싫은 게 아니라."


 멍청이는 드물게도 내 쪽을 똑바로 쳐다보며- 어쩐지 곤란한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쩌면, 부러운 걸지도 몰라."


 그 말의 의미는, 귀찮아서 물어보지 않다 놓쳐버렸기 때문에 지금도 알 수 없다.



---




그리고 나서, 시간이 흘러가고-.


 여러 가지 일이 있었고, 그 멍청이는 히키코모리가 돼 버렸다. 전혀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얼굴도 가물가물해졌을 정도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여전히 그 녀석이 'Knights' 의 리더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고..... 드리페스에 출연하기 위한 서류 같은 데에 그 녀석의 도장이 필요했다.


 곧 'DDD' 인가 뭔가 하는 시끌벅적한 소란이 일어날 테고.


 우리도, 거기에 출연할 예정이니까.


 그 이유 때문에, 나는 그 녀석의 집을 방문했다.


 괴짜 같은 성격을 한 그 녀석이 태어나고 자랐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평범한 가정집이었다. 셋집은 아니라고 했고, 그럭저럭 여유 있는 가정이겠지만. 만화에서 나올 법한 부잣집도 많은 유메노사키 학원에 있어서는 자랑할 수 있을 만큼 크지도 않고 재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지극히 평범한 중산층 가정이었다.


 지금은 아니지만, 나도 이 집에는 뻔질나게 드나든 적이 있으니까... 길을 잃지 않고, 문제 없이 도착할 수 있었다. 현관 앞에서 조금 주저했지만, 그 멍청이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도 짜증이 났기 때문에- 바로 잽싸게 초인종을 눌렀다.


 걸어오는 도중 교복에 묻은 것 같은 꽃잎이 짜증나서 손으로 털어내고 있는데, 아주 천천히 현관문이 열렸다. 부드러운 머리카락 끝이 문 틈새 사이로 엿보였다.


 그 멍청이의 여동생이었다. 집에 막 돌아왔는지 중학교 교복을 입고 있었다. 조금 내성적인 성격의 아이었기 때문에, '머뭇머뭇' 거리며 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상대방도 몇 번이나 방문한 적 있는 내 얼굴은 알고 있었다. 조금 경계했던 기색이었지만, 이윽고 표정을 풀고- 사랑스럽게 미소지어 주었다.


"아, 안녕하세요. 음, 이즈미 씨."


"응, 안녕. 오빠는 있어?"


"아, 오빠는-."


 있긴 있는데요, 라고 꺼져 버릴 듯한 목소리로 여동생이 말했다.


 그래, 라고 나는 대답하고, 여동생이 무서워하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걸음을 내딛었다.


"그럼, 미안한데... 이거 그 멍청이한테 좀 전해 줘. 딱히 내용까지 확인해 줄 필요는 없고, 도장만 찍어 달라고 전해 주면 돼. 내일 다시 가지러 올 테니까."


 그렇게 말하며 봉투를 내밀고, 할 일은 끝났다, 고 생각하며 나는 발걸음을 되돌렸다.


"저기."


 그러자 여동생이, 어쩐지 각오한 듯한 모습으로- 내 교복 끝자락을 잡았다.


 곤란한 듯이 눈썹을 내리고, 필사적으로 말을 꺼내고 있었다.


"이즈미 씨가 오빠한테, 방에서 나오라고 말 좀 해 주실 수 없을까요....? 오빠, 이즈미 씨 말은 들을 거라고 생각해요."


 떨리는 목소리로, 여동생은 커다란 눈망울에 눈물을 가득 담았다.


"저, 적어도, 밥이라도 먹으라고.... 내가 아무리 말해도 들어 주질 않아요. 이대로라면, 건강을 해칠지도 몰라요. 제, 제발, 도와 주세요."


 나한테 그렇게 말해도 말야, 라고 평소처럼 내뱉으려고 했다. 이제 와서 내가 무슨 말을 하든 그 멍청이에게 전해질 리가 없었다. 그 녀석은 스스로 원해서 귀를 막고, 전부 다 내팽개친 채 도망쳐 버렸으니까. 나는 아주 많이 화가 났고, 경멸도 했고, 이제 그 녀석에게는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았다.


 귀여운 여동생을 걱정시키는 한심한 오빠는 말야- 살아 있을 가치가 없는 거야. 이제 그냥, 빨리 죽어버리는 게 낫지 않겠어?


 속이 다 시원해질 텐데, 진심으로.


 확 이런 말을 해 버리려고 생각했지만. 눈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오열하고 있는 여동생이.... 예전의 그 녀석과 너무나도 닮아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 한 채,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돼 버린 걸까.


"야."


 갑자기 그리운 목소리가 고막을 울렸다.


 깜짝 놀라 바라보자, 여동생의 바로 뒷편- 현관의 옆에 있는, 그 녀석의 방문이 아주 조금 열려 있었다. 그 안쪽에서 그 녀석이 살짝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남매가 쌍으로 똑같은 행동을 한다니까.


 조금 웃기다는 생각이 들어 입술을 비틀고 있는 내게, 그 녀석은 다 쉰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루카 울리지 마."


"...내가 울린 거 아니거든."


 여동생의 이름을 입에 담으며 너무나 위태롭게 보이는 그 녀석을 보고, 어쩐지 지독하게 덧없는 기분이 들었다. 해주고 싶었던 말이, 내뱉고 싶었던 감정이, 의외로 산더미만큼 있었는데.


 초라하고 더러워진 잠옷을 입고.... 묶지도 않은, 헝클어진 머리카락에... 눈 밑이 새까매진, 세계에서 가장 무력한 생물처럼 떨고 있는 그 녀석을 보고.


 아아, 이제 다 끝나 버렸구나 하고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우리의 청춘은 이제 균열 투성이가 되어, 순수함을 잃고- 부서져 버렸다. 사랑스러운 반짝임은, 이제 과거의 것일 뿐이었다. 이 녀석은 그 안에 매몰될 것을 택했다.


 하지만 난, 아직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밥은 잘 챙겨 먹어."


 그 말만을 내뱉고, 이번에는 정말로 나는 돌아서 발을 떼었다.


 이제 절대로 뒤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부서져 버린 꿈의 잔해를 소중하게 쓰다듬으며 기뻐할 생각은 없었다.



--------------------------




 그 녀석의 집에서 가장 가까운 역까지, 그 쪽 길이 가까웠기에 해안선을 걸어갔다.


 아직 막 봄이 된 시기이고, 모래사장에는 사람의 기척이 없었다. 예의를 모르는 누군가가 남기고 간 빈 맥주 캔이나 불꽃놀이의 잔해, 썩은 해초나 마모된 조개껍질 등이 늘어져 있었다. 신발이 더러워질 것 같아서, 꽤 불쾌했지만... 신경쓰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모래사장을, 꼴사납게 잔류한 과거의 누적물을 흐뜨러뜨리며.


 지금 와서는 상당히 낡은 모델의 iPod에 꽂힌 이어폰을 귀에 가져갔다. 적당히 랜덤으로 곡을 재생하며 머리 속에 소용돌이치는 지긋지긋한 생각을 떨쳐 내려고 했다.


 iPod에 들어 있는 건 그 녀석이 만든 노래뿐이다. 필요 없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계속해서 신곡을 만들고는 제 멋대로 내 iPod에 넣어 놓곤 했다. 내 스스로 노래를 사지 않아도 알아서 늘어나니까 이득이라 괜찮은가, 하고 난 그걸 방치해 두었었다.


 그 녀석의 곡은 싫어하지 않기도 하고.


 불쾌한 것밖에 없는 이 세상에서 '싫어하지 않는' 것조차 매우 드물었다. 꽤나 얻기 힘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이 iPod에 곡을 넣은 건 언제였더라.


 이제 기억도 나지 않았다.


 밀려 오는 파도 소리가 천천히 멀어져 갔다.


 하도 많이 들어 익숙해진 음악 속을, 나는 고개를 숙인 채 걸어갔다.


"........"


 그 도중에 무심코 발을 멈추어 버렸다.


 듣고 있기 힘든, 노랫소리가 들어간 곡이 있었다. 음정이 엇나가고, 목소리도 가끔 갈라지고 있었다. 초보자의 노랫소리다. 그런데 자신이 음치라는 자각이 없이 있는 힘껏 큰 소리로- 뭐, 같이 노래방에는 가기 싫은 정도라고 해야 하나.


 예전의, 내 노랫소리다.


 모델 일은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었지만 사람들 앞에서 노래해 본 경험이 없었으니까.... 뭐, 못 했던 건 어쩔 수 없지. 지금은 엄청나게 레슨 받아서 잘 하게 됐고.


 다이어트처럼, 내가 못 하는 부분을 기록해 나가는 것으로.... 자신이 얼마만큼 성장했는지 지침이 되니까. 그렇게 생각해서 지우지 않고 iPod에 넣어 둔 그대로였다.


 보통은 도저히 듣고 있어줄 수가 없어서, 약 몇 초 정도 재생한 후 다음 곡으로 스킵하지만. 오늘은 어쩐지 그것도 내키지 않아서 정지하지 않고 그대로 흐르도록 내버려 두었다.


 노랫소리는 갑자기 중단되고, 갑자기 불청객 같은 목소리가 들려 온다.


 바보처럼 밝은 웃음소리가.


-와하하하☆ 너 얼굴은 예쁜데 노래는 전혀 안 그러네!


-그래도 목소리는 예쁘잖아! 연습하면 잘 하게 될 거야, 너 목소리 너무 좋아♪


 그 후는, 짜증나서 소리지르는 내 목소리와 그 녀석에게 의자라든가 이것저것 던지고, 그걸 화가 날 정도로 깔끔하게 피해 버리는 그 녀석이 내는 투닥투닥거리는 잡음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었다.....


 그 잡음 속에서도, 아름다운 선율은 변하지 않고 계속 흐르고 있었다. 나쁜 의미로 이런 건 어떤 가게에서도 취급해 주지 않는다. 이 넓은 대우주에서, 내 iPod만이 넣고 있는 무가치한 소리의 나열이다.


 멈춰 서 있던 나는, 그 바보 같은 청춘의 남아 버린 소리를 마지막까지 다 듣고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 생물이 생명을 마감한 광야 같은 어두침침한 모래사장을.


 그 녀석은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고, 선의와 정열을 재료로 삼아 사랑의 선율을 연주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 녀석이 만들어내는 곡을 싫어하지 않았다. 아니, 꽤 좋아했다.


 나는 그 녀석처럼 얼굴이 두껍지 않으니까, 사랑해(大好きだ), 라는 말을 하진 않았지만. 비뚤어진 성격이니까, 솔직하게 호의를 표현하는 일도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어디의 누군가가 잘 알지도 못하는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물론 돈을 위해서도 아닌.... 적어도 나의- 아니, 우리를 위해 만들어 준 곡이니까.


 좋아했어.


 그 녀석이 자아낸 곡에 맞춰서 노래하는 것이, 바로 나의 행복이었다.


 하지만.


 그 녀석의 검은 슬픔에 의해 녹슬고, 악의에 의해 꺾여 버렸다.


 그 녀석은 더 이상 싸울 수 없다. 우리 'Knights' 의 앙상블은- 영원히, 완벽한 형태로 울려퍼지는 일은 없겠지. 부족하고, 뒤틀려서, 부서져 버렸으니까.


 하지만. 그 녀석이 남긴 것이 아주 조금이라도 남아 있었다. 이 iPod에, 다 무너져 가는 'Knights' 의 안에, 그리고 내 가슴 안에도.


 그걸 끌어안고, 설령 허세라도 긍지 높게- 사지를 향해 걸어갈 것이다.


 누군가 돌을 던져도 매도당해도, 남에게 전부 다 빼앗긴다 해도.


 내가 아무리 추하게 썩어 버려서 소름 끼치는 악행에 손을 물들인다고 해도.


 날 좋아한다고, 예쁘다고 말해 준 녀석이, 단 한 명이라도 있었으니까. 긍정받고, 사랑받고, 태어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을 정도의 청춘이... 찰나의 시간이었어도 내 인생에도 존재했으니까.


 나는 결코, 그걸 '없었던 일' 로 하고 싶지 않으니까.


 걸어갈 것이다. 더 이상 멈춰 서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피에 물든 황야를, 설령 혼자서 걷게 된다고 해도.




 우리 '임금님' 은 아무 것도 못 하니까-.


 귀찮지만, 내가 대신해서 결투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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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http://gall.dcinside.com/ensenblestars/238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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